Wednesday, 30 September 2026

26.23 화천도일주 따라잡기

서울에서의 월요일 저녁

6월 26일로 예정되어 있던 서울–화천전이 여자 코리아컵 경기와 일정이 겹친다는 이유로 연기됐다. 그런데 어느 팀이 어느 날짜에 경기를 하는지도 다 알고 있었을 텐데, 초반 라운드에서 어떻게 일정이 겹칠 수 있었던 걸까? 나한테는 큰 영향이 있는 일은 아니지만, 축구협회 일정 담당 부서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 전에 당연히 뭔가 먹어야 한다. 그런데 빠르고 저렴한 음식 중에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결국 차가운 타코야키를 사 먹는다. 추천하지 않는다.

싸게 먹으려던 계획은 간식 코너를 지나가다가 완전히 날아가 버린다. 한 번도 먹어 본 적 없는 초콜릿 과자를 포함해서 거의 모든 것이 1+1이다.

경기장으로 가기 전에 GS25에서 몰래 음식을 데워 보려고 한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직원이 두 명이나 있고, 그중 한 명은 전자레인지 바로 옆에 서 있으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그 사람은 거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냥 서 있다. 차갑고 별로 맛있어 보이지도 않는 타코야키를 들고 평소보다 일찍 경기장에 도착해서 선수들이 몸을 푸는 모습을 보기로 한다.

오징어볼을 다 먹고 나서 간식 하나를 뜯어 본다.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다. 봉지 안에는 초콜릿 쿠키 같은 동그란 것들이 하나씩 포장되어 가득 들어 있다.

너무 많아서 평소의 나답지 않은 일을 하기로 한다. 자리에서 일어나 서울 쪽 관중석에 이미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직원들까지 포함해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봉지를 내민다. 한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다가와서 간식을 나눠 주는 게 조금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뭐, 나는 모든 홈경기에서 유일한 백인 남자다. 이 사람들 대부분은 멀리서라도 나를 한 번쯤 봤을 가능성이 있으니, 내가 아주 낯선 사람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은 받아 가고, 어떤 사람들은 두 개씩 가져간다.

게다가 나는 한국인이 아니니까, “현지의 풍습을 잘 몰라서요” 하고 즐겁게 간식을 나눠 준다. 윙크.

킥오프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경기장 양쪽 관중석이 모두 차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원정 쪽 관중이 홈 쪽과 거의 비슷한 숫자로 들어온다. 월요일 저녁인데, 이 사람들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설마 아이들을 데리고 화천에서 직접 차를 몰고 오는 건 아니겠지. 화천은 세 시간이나 걸린다.

참고로 몇 주 후에 내 학생 중 한 명이 화천 레플리카 유니폼을 입고 있는 걸 봤다. 평소에는 수원 삼성 블루윙즈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니는 학생이라 왜 화천 유니폼을 입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여기는 수원시와 맞닿아 있는 곳에서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이다.

경기 시작 직전에 인천맨도 도착한다. 그리고 새 유니폼을 가져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유니폼은 아무래도 ‘여성용 사이즈’인 것 같고, 나한테는 조금 꽉 낀다. 내가 젊고 근육질이었다면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이가 들었고, 배도 조금 나왔고, 자세도 좋지 않다. 그래도 다행히 저녁 날씨가 선선해서 서울 유니폼 위에 평범한 셔츠를 헐렁하게 걸쳐 입는다는 핑계를 댈 수 있다.

유니폼을 입기는 했지만, 오늘은 굳이 현수막까지 꺼내 걸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서울에는 아직 사인볼이 남아 있어서 경기 직전에 관중석으로 공을 던져 준다. 시즌 중반쯤부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한 여성이 난간 쪽으로 가더니, 공 하나를 달라고 거의 애원하다시피 한다.

솔직히 말하면, 공을 받는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선수들도 매주 누구에게 공을 던져 줄지 결정해야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아예 그 결정을 선수들에게서 없애 버리면, 보통은 기꺼이 공을 건네준다.

그 여성이 공을 하나 받자 뒤돌아서 공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드디어 하나 받았다며 기뻐서 소리를 지른다. 웃기기도 하지만 나도 그 기쁨이 이해된다. 시즌 초에 나도 하나를 받았을 때 똑같이 기뻤으니까.

아주 수비적인 서울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몇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임선주가 공격수로 배치된 것처럼 보인다. 이번 시즌 동안 경기장에서 거의 모든 포지션에서 그녀를 본 것 같다. 뒤에서부터 앞으로, 왼쪽, 오른쪽, 중앙까지.

감독도 내 바로 뒤에 앉아 있다. 아마 경고 누적으로 한 경기 출장 정지를 받은 것 같다. 수원전 때 한채린과는 달리, 워낙 조용해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경기는 예상했던 대로 흘러간다. 화천이 경기 대부분을 지배하지만, 서울은 놀라울 정도로 끈질긴 수비를 보여 준다. 화천은 급기야 공격수가 네 명인 것처럼 보이는 포메이션으로 바꾸기까지 한다.

경기 최우수 선수이자 라운드 퀸 후보로 뽑힌 선수는 당연히 서울의 수비수 27번 이채윤이다. 그녀가 발을 갖다 대서 막고, 골키퍼가 손을 갖다 대서 막는 식으로 서울은 어떻게든 화천이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게 한다.

골키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오늘도 또 힘든 밤을 보내고 있다. 무려 세 번이나 치료를 받는다. 처음에는 골대를 얼굴에 맞는다. 그다음에는 슬라이딩하면서 들어온 발, 아니면 다리에 얼굴을 맞는다. 마지막으로는 자기 팀 동료 중 한 명이 뒤에서 팔꿈치 같은 것을 들이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프타임이 되자 인천맨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교체된다. 시즌 대부분을 같은 부상으로 고생하고 있어서 풀타임을 뛰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부상을 핑계로 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지연, 아수나, 위웨은과 함께 화천의 왼쪽 측면 공격을 막아내는 데 엄청난 수비력을 보여 줬다.

물론 경기 후 서울 선수들은 경기장에 가서 앉고, 이어서 팀 미팅을 한다. 그동안 나는 인천맨에게 점점 더 짜증이 난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우리가 화천 선수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그들은 다른 일을 하기 전에 먼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분 동안 서 있다가, 이러고 있는 것 자체가 나만 화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떠난다.

결국 그들이 언제, 혹은 아예 오기는 했는지 모르겠다. 기다리고 있던 서울 팬들에게 인사를 하러 왔는지는 알 수 없다.

또다시 바뀌는 일정

그다음 주 어느 날, 서울이 28라운드 화천전 일정을 변경한다고 발표한다.

다가오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경기 일정이 발표되면서 화천의 일정이 조금 여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부터 챔피언스리그가 한국의 겨울에 열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게 꽤 귀찮다. 겨울에 시즌을 운영하는 주요 리그는 일본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호주도 주요 리그라고 할 수 있지만, 호주는 지구 반대편에 있으니 엄밀히 말하면 그쪽도 여름철에 경기를 하는 셈이다.

심지어 마이너 리그들 중에서도 겨울 시즌을 운영하는 경우는 드물다.

아무튼…

경기는 추석 연휴 전날로 변경된다. 평소라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오후 4시 킥오프라는 게 확실히 문제다. 그냥… 왜?

가능하다면 이번 시즌 서울의 모든 홈경기에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그 약속을 아주 잘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퇴근하고 경기에 간다면 운이 좋아야 마지막 10분 정도밖에 못 본다.

그래서 나는 직장에 앉아서 경기를 보고 있다. 집에 갈 시간이 될 때까지 전반 20분을 지켜본다.

화천이 강해 보이고 이른 시간에 골까지 넣는다. 서울에게는 별다른 기회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약 50분 후 집에 도착해 보니 서울이 동점을 만들었다.

남은 30분 동안 나는 서울이 또다시 상대의 압박을 받아내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리고 모두의 예상과 달리, 리그에서 두 번째로 강한 팀을 상대로 무승부를 거둔다.

남은 세 경기에서 단 한 경기만 이겨도 서울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

누가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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